프리스비는 재빨리 그녀가 찾는 병을 건네준다. 병 속의 유리 구슬이 도르륵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구슬 구르는 소리가 다른 이에게 들릴까 병을 꽉 끌어 안고 프리스비의 가게를 나섰다.

 

 작고 푸른 유리 구슬은 그녀의 여덟살 난 아들의 것이었다. 장난감이라곤 나뭇가지나 열매의 단단한 껍질이 대부분인 이 가난한 바닷가 마을에서 유리 구슬은 비싸고, 보기 드문 것이었다. 한 달 쯤 전 이름도 알 수 없는 먼 나라에서 왔다는 외국인 관광객이 꺼내놓은 유리 구슬 다섯 개에 온 마을의 아이들은 마음을 빼앗겼다. 투명하고 단단하고 푸른 빛 속에 온갖 색을 품고 있는 그 구슬은 마치 지구 같았다. 그녀가 어린 시절 마음을 뺏겼던, 우주에서 본 지구. 푸르고 오묘하고 아름다운 구. 외국인이 두고 떠난 다섯 개의 구슬은 마을 아이들의 손에서 손으로 돌아다녔다. 그 중 두 개는 깨졌고, 하나는 사라졌으며, 두 개는 여전히 아이들의 놀잇감으로 남아있었다.

 

 그 하나의 구슬이 사라진 즈음이었다. 그녀의 아들이 먼 나라 이야기를 자주 하기 시작한 것이. 어느 나라에는 얼음 위에 사는 날지 못하는 새가 있다고, 밤 하늘을 밝히는 분홍빛 달이 있고, 하루종일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있다고 꿈 같은 얼굴로 종알거렸다. 처음에는 아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던 그녀는 어느 순간 무서워졌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아들의 볼이 점점 더 붉어지고, 눈이 까맣게 빛났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십오년 전 사라진 언니의 것과 같았다.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언니는 어린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며 얼굴을 빛내곤 했다. 아들에게서 언니의 얼굴을 본 그녀는 아들의 생활을 살폈다. 집을 나선 아들의 뒤를 몰래 따르며 들키기를, 혹은 들키기 않기를 바랐다. 그녀의 미행이. 그리고 아들의 비밀스러운 일이.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그녀는 아들이 변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프리스비의 중고품 가게에 들어가 도자기로 된 병들을 쓰다듬었다. 그 중 입구의 이가 나가고 별 특징 없이 눈에 띄지 않는 잔금이 간 흰 병 안에서 구슬을 꺼냈다. 아마 사라졌다는 하나의 구슬일 것이었다. 아들은 구슬을 손바닥 위에서 굴리고, 햇빛 알에서 오래도록 바라보고, 입 속에 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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