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스물일고여덟 정도이고 앞서 받았던 인상보다 더 얼굴이 하얘서 역시 미남이구나 생각했어요.”

 

그 말을 하는 S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서 나는 궁금해졌다. 말 한 마디 제대로 나누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저런 호감을 가질 수 있을까?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의심과 경계를 푸는 것이 어려운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번엔 제가 주문을 받아서 목소리를 제대로 들었거든요? 어쩜 목소리도 제 스타일인 거 있죠. 운명인가봐요.”

양손으로 제 볼을 감싸며 웃는 S는 벌써 사랑에 빠진 듯 예뻤다. 그래서 번호는 물어봤어요? 라는 내 질문에 금방 시무룩해지며 아뇨, 어젠 얼굴보느라 놀라서 어버버 했어요. 다음에 오면 꼭 물어봐야죠!” 하는 모습도 솔직해서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라고 물어보려는데 딸랑, 종소리가 울렸다. “앗 손님왔다. 저 일하러 갈게요 작가님! 제 얘기 들어줘서 감사해요!” 밝은 미소와 함께 어서오세요! 하고 뛰어가는 S의 뒷모습을 보며 S와 이름 모를 그와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앞에 위치한 작은 카페인 이곳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좋은 큰 창이 있다. 지난 연말 두 번째 책을 출간하고 잠시간의 휴식기간 겸 다음 원고를 준비하기 위해 나는 매일 이 곳에 와 짧은 글을 한꼭지씩 쓰고 있는 중이다. 다음 책에 도움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나의 글은 하루에 한 사람씩 지나가는 사람을 골라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지금까지 52개의 짧은 이야기를 적어냈다. 매일 이곳에 와 2-3시간씩 앉아있다보니 오전 타임 알바생인 S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고, S의 연애상담도 들어주게 되었다. 일주일 전 (S의 말을 빌리자면)운명처럼 나타난 잘생긴 손님에게 첫눈에 반한 S의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사실 그 남자와 S사이에 일어난 에피소드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저 이야기를 하며 얼굴을 붉히는 S를 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나는 흔쾌히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한편으로는 이 이야기를 언젠가 써먹을 수 있지도 않을까 했고.

 

이십대 초반인 S를 보고 있자면 내 옛날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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